천천히 걷는 연습
다시 걷게 된 뒤에야 알게 된 속도와 마음에 관한 이야기.
입원해 있는 동안 가장 자주 생각한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잘 굽혀지지 않는 무릎, 침대에서 문까지의 거리,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몇 걸음이었다. 평소에는 걷는 속도를 의식하지 않았다.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몸이 당연히 따라와 줄 거라고 생각했다.
퇴원할 무렵에는 절뚝거리면서도 혼자 걸을 수 있게 됐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내 발로 병원 밖에 나왔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처음에 가득했던 분노와 걱정도 그때쯤에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사고의 과실 비율을 생각하느라 며칠을 보냈다.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것이 싫었고, 먼저 연락하면 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몸이 나아질수록 끝까지 붙잡고 있던 마음이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졌다. 결국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서로의 책임을 반씩 인정하고, 다음에는 커피 한잔하자는 말로 통화를 끝냈다.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날부터 문제와 나 사이에 작은 거리가 생겼다.
마늘 한 봉지
퇴원하고 집에 돌아왔다가 맥북 충전기를 병실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여전히 덤벙대는 사람답게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늦은 시간까지 반찬을 팔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건을 권하는 모습을 보다가 얼마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다. 반찬은 다 먹지 못할 것 같았다. 대신 직접 키웠다는 마늘을 한 봉지 샀다. 마침 필요했던 것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마늘은 까기 귀찮을 것이다. 냉장고 한쪽에서 오래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봉지에는 그날의 내가 있었다. 천천히 걷던 사람, 먼저 전화를 건 사람, 누군가를 떠올리며 잠시 멈춘 사람.
속도를 고르는 일
돌아보면 입원과 퇴원 사이의 시간은 나에게 속도를 다시 고르는 연습이었다.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조급해하지 않는 것, 억울한 마음을 해결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키우지 않는 것, 지나치는 대신 잠깐 멈춰 보는 것.
천천히 간다고 해서 멈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천천히 걸을 때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던 고집, 길가에서 마주친 사람의 표정 같은 것들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밀린 시간을 채우기 위해 바쁘게 달릴 것이다. 그래도 예전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으면 한다. 빨리 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늘 가장 빠른 속도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오늘은 머리를 비우고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내일의 속도로 걸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