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날에도 코드를 켜는 이유
불안이 사라지지 않아도 손을 움직이는 일.
불안한 날에는 아무것도 시작하기 어렵다. 해야 할 일은 분명한데 마음은 자꾸 다른 곳을 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문제를 미리 걱정하고, 이미 지나간 실수를 다시 꺼내 본다.
그런 날에도 코드를 켜는 이유는 대단한 의지가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코드는 불안을 아주 작게 나누는 도구에 가깝다. 막연한 걱정은 크지만, 지금 고쳐야 할 함수 하나는 작다. 불확실한 미래는 감당하기 어렵지만, 실패한 테스트 하나는 다시 실행할 수 있다.
손을 움직이면 마음도 조금씩 따라온다. 처음부터 집중이 되는 건 아니지만, 변수명을 바꾸고 로그를 확인하고 작은 조건문을 정리하다 보면 불안은 전부 사라지진 않아도 크기가 줄어든다.
개발은 내게 완벽한 안정감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안한 날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준다. 그게 꽤 자주 나를 살린다.
오늘도 불안이 먼저 왔지만, 그래도 에디터를 켰다. 그 정도면 충분한 시작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