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결국 나를 덜 외롭게 한다
쓰는 일이 마음을 정리하고 나를 연결하는 방식.
기록을 시작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썼고, 다시 실수하지 않으려고 정리했고,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문장을 골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록은 다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 내 마음이 조금 덜 외로워진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이 문장이 되면, 그것은 더 이상 나 혼자만 감당해야 하는 덩어리가 아니다. 화면 위에 놓인 문장은 나와 적당한 거리를 만든다.
기록은 언제나 멋진 결론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설픈 시작, 덜 정리된 감정, 아직 답을 모르는 질문을 남겨두는 일에 가깝다. 그리고 그 흔적들이 쌓이면 어느 날 내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알 수 있다.
누군가 읽어주면 좋겠지만, 읽히지 않아도 괜찮다. 기록의 첫 번째 독자는 결국 나다. 어제의 내가 남긴 문장이 오늘의 나를 조금 붙잡아주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계속 쓴다. 잘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